책은 도끼다
박웅현 / 북하우스 / 2011.10.10 / 348페이지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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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구입해서 조금 읽다가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던 책이 부활했다. ^^
인상적 구절
. 시간이 흐르고 보니 얼음이 깨진 곳에 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느껴지지 않던 것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촉수가 예민해진 것이다.
. 인간에게는 공유의 본능이 있다. 울림을 공유하고 싶다.
. 대신 저는 책을 깊게 읽는 편입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꼭꼭 눌러 읽습니다. 여기 제가 써놓은 것들을 프린트해왔습니다. 우선 저는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좋은 부분들, 감동받은 부분들에 줄을 치고, 한 권의 책읽기가 끝나면 따로 옮겨놓는 작업을 합니다.
. 매주 .. 딸아이와 친구 둘을 집으로 불러 제가 읽은 책들을 설명해줬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강의를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 단순한 선으로 이렇게 온 감각을 일어서게 하는 것이 이철수의 판화입니다.
. 거기에 덧붙인 짧은 설명은 저에게 충격을 주었는데요, 1995년 판 '마른 풀의 노래'가 처음이었습니다. 이것을 읽고 책에 족탈불급이라고 써놓을 정도였습니다. (족탈불급: 맨발로 뛰어가도 따라가지 못하는 정도의 뚜렷한 능력,재질,역량의 차이)
. 좌탈. 땅콩
. 땅콩을 거두었다. 덜 익은 놈일수록 줄기를 놓지 않는다. 덜된 놈! 덜떨어진 놈!
. 사과가 떨어졌다. 만유인력 때문이란다. 때가 되었기 때문이지.
. 통찰.창의력. 같은 것을 보고 다른 것을 생각할 줄 아는 것이 이 사람의 힘인 것이죠.
. 머루송이 > 최선이었어요. 그랬구나 … 몰랐어. 미안해!
. 김훈에 따르면 글쓰기는 자연현상에 대한 인문학적 말 걸기라고 합니다.
. 감은사지. 어찌 오셨는가? 방금들 많이 다녀가셨지… 흔하게 많이 오는 그 사람이신가?
. 이런 시선의, 관점의 변화 같은 것들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훈련이 되는 겁니다.
. 깊은데 / 마음을 열고 들으면 / 개가 짖어도/ 법문이다. <개소리>
. 성이 난 채 길을 가다가, 작은 풀잎들이 추위 속에서 기꺼이 바람맞고 흔들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만두고 마음 풀었습니다. <길에서>
. 이게 좋아요. 이런 것들이 좋아요. 저도 요즘 인터뷰하면서 '힘들 때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그냥 '견딘다'라고 답합니다. 어쩌겠어요. 사람들은 갈수록 이기적이 되어가는데 이런 글을 통해서 이렇게 동식물에게 배우는 거죠.
. 내가 중고등학교 때 했던 어떤 행동이 오 년 후의 나와 다 연결이 되거든요. 인생에 정말 공짜란 없습니다.
. 앞의 문장들 무심히 넘기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꼼꼼히 눌러 읽으면 새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일년에 다섯 권을 읽어도 거기 줄 친 부분이 몇 페이지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줄 친 부분이라는 것은 말씀드렸던, 제게 '울림'을 준 문장입니다.
. 엄마. 엄마. 내가 파리를 잡을라 항깨/ 파리가 자꾸 빌고 있어.
. 하지만 아이들이 보기에는 나는 물속에서 숨을 못 쉬는데 물고기는 숨을 쉬니까 이상하다는거죠. 지식이 아니라 감성으로 본 겁니다.
. 피카소가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정교한 그림을 그리는 건 힘들지 않았지만, 다시 어린아이가 되는 데 사십 년이 걸렸다고요. … 대학교로 가면 지식이 계속 쌓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지식을 얻는 대신 가능성을 내주는 것이죠. 지식을 쌓으면서 놓치고 있는 많은 부분들을 우리는 그 누구도 보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 사람은 물입니다. 조용한 데 이르면 조용히 흐르고, 돌을 만나면 피해가고, 폭포를 만나면 떨어지고, 규정된 성격이 없습니다. 그래서, 톨스토이 소설에는 악당이 없는 건데..
. 삶의 풍요를 위한 훈련
. 창의성이라는 건 상품화 하거나 규정화하기 어렵습니다. 아이디어는 총체적으로 나오지 도식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 공고 일은 소림무술 영화 같은 겁니다. 이론을 읽고 느낀 걸 잘 정리하면서 배우지만, 그것이 발상에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일목요연한 정리도 좋지만, 아이디어를 내는 건 현장입니다.
. 우리가 배우는 이론 대부분은 소림사 마당입니다. 그 마당에서는 기본만 익히는 거에요. 생각의 기초체력만 기르는 겁니다. 수많은 경우의 수를 이론으로 전부 다 정리해놓을 수는 없어요.
. 결국 창의성과 아이디어의 바탕이 되는 것은 '일상'입니다. 일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삶이 달라지고, 대처 능력이 커지는 거죠.
. 그런데 말입니다. 왜 모두 창의적이 되어야 하는 거죠? .. '직업'의 범주를 벗어나 '삶'의 맥락에서 볼 때, 저의 대답은 창의적이 되면 삶의 풍요로워지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 진짜 어떤 것이 풍요입니까? 최고급 샴페인과 캐비어를 매일 먹을 수 있는 삶이 풍요로운 삶일까요? ..그가 죽을 때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고 만족할까요? 행복은 순간에 있습니다.
하루 종일 봄을 찾아다녔으나 보지 못했네
짚신이 닳도록 먼 산 구름 덮인 곳까지 헤맸네
지쳐 돌아오니 창 앞 매화향기 미소가 가득
봄은 이미 그 가지에 매달려 있었네
. 삶은 순간의 합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삶을 레이스로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때는 명문 중학교를 가야죠, 명문 중학교를 가면 행복해질 거야.
. 그러나 풍요롭기 위해서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같은 것을 보고 얼마만큼 감상할 수 있느냐에 따라 풍요와 빈곤이 나뉩니다. 그러니까 삶의 풍요는 감상의 폭이지요.
. 중요한 것은 휘슬러의 <화가의 어머니>를 보면서 소름이 돋으려면 훈련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은 '문화미와 예술미는 훈련한 만큼 보인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 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와 같은 책들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책들을 읽고 난 다음에 본 피카소의 그림은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지식이 많은 친구보다, 감동을 잘 받는 친구들이 일을 더 잘 합니다.
> 여행이 제일 좋은 것 같다. 새로운 차편을 알아보는 것부터, 처음 맞이하는 모든 풍경과 소리, 냄새에 적응하기 위해서 오감이 모두 일어서고 나를 자극한다. 그 가운데 지루함도 있고, 그만큼 감동을 주는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책에서 읽은 몇 줄의 구절들은 시간과 함께 흩어지지만, 여행의 기억은 그 치밀한 느낌까지 수년의 시간을 넘어서 살아남는 힘이 있다.
. 김훈의 자전거 여행 읽어보셨나요?
. 지난 시간 강의를 시작하면서 다독 콤플렉스를 벗고 한 문장 한 문장 깊이 있게 읽어줘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이 글이 아주 좋은 예입니다. 단순하게 읽으면 휙 지나갈 짦은 글이지만, 이렇게 한 문장씩 짚으면서 읽으면 단어 하나 버릴 게 없습니다.
. 잘 아시겠지만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은 절대 그 무게가 같지 않습니다. 개라는 소설 아시나요?
. 이 글 속에서 김훈은 무엇을 보든 천천히 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속도의 문제에 대해서 걸고 넘어집니다.
. 미국의 전 국토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망이 생긴 덕분에 우리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도 미국을 횡단할 수 있게 되었다.
. 도착하는 순간 사고가 완전히 바뀌었을 거라는 거죠. 천천히 차곡차곡 길을 밟으면서 신성한 마음이 생기는 겁니다. 자동차로 십 분 만에 도착하는 지금의 우리와 감정 상태가 전혀 다른 겁니다.
. 미국의 밴드인 핑크마티니의 초원의 빛. 2010년
http://www.youtube.com/watch?v=IcOGbIBpH-I
. 대나무의 삶은 두꺼워지는 삶이 아니라 단단해지는 삶이다. 더 이상 자라지 않고 두꺼워지지도 않고, 다만 단단해진다. 대나무는 그 인고의 세월을 기록하지 않고,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대나무는 나이테가 없다. 나이테가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다.
.저는 자주 '결핍이 결핍되어 있다'는 말을 합니다. 만약 우리나라에 수박이라는 게 없어서 어느 날 수박이라는 걸 처음 수입해 나눠줬다고 칩시다.
. 나는 사실만을 가지런하게 챙기는 문장이 마음에 듭니다.
. 내가 매력을 느끼는 사람을 유혹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벌써 부터 말이 꼬이고, 물을 쏟을 거예요.
. 우리 모두는 불충분한 자료에 기초해서 사랑에 빠지며, 우리의 무지를 욕망으로 보충한다.
. 우리가 A라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일 수도, '사랑'을 사랑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요. 그러니까 냉정하게 말하면 '그 사람'아 아니라 '어떤' 사람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 내가 사랑의 이유가 되는 겁니다. 그 남자의 눈빛, 대화법, 지적인 모습이 아니고요. 만약에 그랬다면 외로움 때문에 그 남자를 선택하지 말았어야 해요. 결국 외로움이 시작된 것이고 우리들 대부분이 이런 사랑을 한다는 겁니다.
. 워홀은 '너 대단히 예쁘다'라고 끌어서 액자 속에 걸어놓아 줬어요. 사랑의 감정이 싹트는 것이 다르지 않다는 얘기예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상대가 다른 누구도 주목해주지 않았던 어떤 부분을 주목해주거나 다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던 진가를 알아줬을 때 사랑에 빠진다는 거죠. 그걸 연결해서 알랭 드 보통은 워홀이 물감으로 한 일과 사랑의 유사점에 대해 또 하나의 이야기를 합니다.
. 불안이라는 책을 읽으면 덜 불안해져요. 사랑을 해부한 것을 보고 나면 내 감정에 당황하지 않고 지혜롭게 대처하듯이 불안도 그렇게 대처할 수 있게 만들어주죠.
. 행불행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이다.
.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다. 행복을 추구하려고 하니까, 어떤 조건을 만족시키려다보니 결핍이 생기는 겁니다. 하지만 행복은 발견의 대상이에요. 주변에 널려 있는 행복을 발견하면 되는 겁니다.
. 말씀드리지만 뭔가를 보고 거기에서 얻는 사소한 기쁨을 충분히 누리시기 바랍니다. 옛날에는 시인을 볼 견자를 써서 견자라고 했다죠. 들여다보는 사람, 삶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들이 못보는 것을 발견하는 사람이 바로 시인이라는 뜻일 겁니다.
. 만약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도 기회가 된다면 지금 베토벤의 월광을 들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월광 1악장 http://www.youtube.com/watch?v=O1EYdghAnks
월광소나타 풀버전 http://www.youtube.com/watch?v=4Tr0otuiQuU

. 점심 먹고 싸우기도 하고 저녁때 사람 만나고 집에 가는, 이런 사소한 것들에 대해 '아우, 지겨워'라고 했는데 내가 내일 죽는다? 그럼 다 그리워지는 것이거든요.
. 마르셀 프루스트가 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의미는 바로 이것, 우리가 시간을 잃어버리며 살고 있다는 겁니다.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면서 말이죠.
. 일상적인 행태에 대해서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치지만 사실은 중요한 것들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 우리의 정신은 의식 위에 떠다니는 특정한 대상을 포착하게 끔 회로에 설정된 레이더와 같아서, 책을 읽고 나면 그전에는 무심하게 지나쳤던 것들이 레이더에 걸린다는 겁니다. 회로가 재설정 되는 거죠.
. 이럴 때 김훈이라면, 고은이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전에는 잡히지 않았던 것들이 잡히게 되는 거죠. 그렇게 잡히는 게 많아지면 결국 삶의 풍요로워지는 것이고요. 이것이 행복의 포인트가 되는 겁니다.
. 책은 그 자신만의 발달한 감수성으로 우리를 예민하게 하고 우리의 숨겨진 촉각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6권'을 읽었는데 경복궁이란 부여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그런데 읽으면서 이 사람도 정말 잘 들여다보는구나 싶었어요. 어딜 가서 무얼 보든지 거기서 얘깃거리를 찾아내고 뭔가 의미 있고 풍요로운 생각을 주는구나 생각했어요.
. 그래서 또 한 번 '나의 안테나가 서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구나'라고 느꼈어요. 김훈과 유홍준은 늘 안테나를 세우고 사는 거죠. 그들이 안테나를 세워서 만든 것이 책이고요. 예전에 카프카가 한 말을 적어놨는데요.
.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냐,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 도종환의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
. '리진'이라는 소설 아시죠? 그 소설은 신경숙, 김탁환 두 작가가 썼어요. 그런데 그게 어떻게 된 것이냐면, 신문 어딘가에 짧은 기사 한 줄이 나왔대요. 조선주재 초대 프랑스 영화를 지낸 사람이 궁중무희와 함께 귀국해 살다가, 그 궁중무희가 자살을 했다는 기사였는데, 이 짧은 한 줄이 소설이 된 겁니다.
. 코스모스가 그날만 피어 있었을까요? 벌이 그 순간에만 찾아왔던 걸까요? 아니죠. 어제도 그제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그런데 그걸 맨날 지나치기만 한 겁니다. 지나치지 말고 들여다봐야 하는데, 다 말을 거는 데 제가 보고 듣지 못했던 것이죠. 제 책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에 존 러스킨의 '말로 그림을 그려보라'라는 말을 인용했는데요. 그런 것이죠. 글로 그림을 그리듯 자세히 볼 줄 알아야 합니다.
. 프루스트는 이런 수식어들이 우리 생각의 범위를 한정시키고 있다고 말합니다. 더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문장들이라는 거죠. 그래서 '언어를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은 언어를 공격하는 것뿐입니다'라고 합니다.
. 약간의 대인공포증이 있었던 프루스트가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방법에 대해 프루스트의 친구들이 쓴 글입니다. 프루스트가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했던 방법 중 하나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그는 대화의 소재를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서 찾았다.. 그는 당신의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대신에 당신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 키스는 모든 것을 바꾸어버린다. 두 살갗이 접촉하게 되면 우리는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들어가, 암호화된 말의 교환은 끝나고 드디어 이면의 의미들을 인정하게 될 터였다.
. 제가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목표로 삼는 건 온몸이 촉수인 사람이 되는 겁니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이나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읽고 나면 촉수가 더 예민해지는 것 같아요.
.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 자연은 한 번도 예술을 동경한 적이 없다'라고 누가 얘기했는데, 꼭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예술을 동경하지 않지만 그 무엇보다 예술적인 게 자연이니까요.
.
뭐니 뭐니 해도
호수는
누구와 헤어진 뒤
거기 있더라
연인과 같이 가면 "와, 좋다. 예쁘다" 할 거예요. 그리고 금방 상대를 보느라 호수가 눈에 들어오지 않겠죠.
. 낯선 곳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예요. 니코스 카잔차키스도 말하죠. 익숙한 것을 두려워하라고. 땅버들 씨앗 같은 삶의 태도로 살았으면 좋겠다고요.
. 크루소가 인간 중심으로 가축을 기르고 밭을 구획하는 것들을 그만두고 휴가를 줬더니 풀과 가축 모든 생명들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죠. 어떤 생명도 자신 이외의 존재 이유는 없어요. 그런데 우리는 그 존재 이유를 무시하고 우리를 위한 목표점을 세워요.
. 우중충한 날이 많은 스코틀랜드는 주로 집 안에 있다보니 아마 생각이 많아져서 사상가들이 많은 것 같아요.
. 지중해는 햇살을 빼고는 얘기가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남프랑스는 특히 햇살이 팔 할. 아니 전부라고 해도 좋아요. 습도도 높지 않고 찬란한 햇살 속에서 모두들 행복한 곳이죠.
. 그런 특징도 어느 정도는 풍경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 환경의 영향. 태생의 영향. 부모의 영향. 친구의 영향. 둘러싼 가구의 영향. 책들의 영향. 음악의 영향. 여행의 영향. 먹고 자고 싸는 것의 영향. 오직 할 수 있는 것은 나를 둘러싼 것들을 조금씩 바꾸고, 그것들이 나를 바꿀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뿐이다.
. 동남아시아 사람들 머릿속에 얽히고설킨 정글의 나무와 풀 들이 새겨져 있는 것이죠. 반면 화사한 색감의 그림들이 자동으로 떠올려지는 남프랑스는 햇살이 예술을 만들었다는 의미입니다.
. 그런 환경에서 살다보니 그곳 사람들은 아등바등할 일이 없습니다. 먹고살기 위해 생을 바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바로 지중해 사람들입니다.
. 김화영은 '행복의 충격'이라는 책에서 이에 대해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기록속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화가, 반고흐의 이야기도 들어 있어요. 고흐는 철저하게 실패한 사람입니다. 부질없는 사후의 성공을 제외한다면, 살면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대표적인 인물이죠.
. 결국 아무리 잘난 체를 해본들 결국 돌을 이길 수는 없어요.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이 자연을 이길 방법은 없다는 것. 그럼에도 지금의 삶이 부정할 수 없는 축복이에요. 지중해성 철학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죠.
. 어느 단체에서 강의를 의뢰하면서 강의 제목을 말해달라고 하길래, '개처럼 살자'라고 보내줬습니다. '개는 밥 먹을 때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잠을 잘 때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가 제목에 대한 설명이에요. ..여기에 바람둥이의 근거가 있어요. 바람둥이가 왜 바람둥이냐 하면 순간에 집중하기 때문이에요. 개처럼 사랑하는 게 바람둥이입니다.
.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 꼭 들어맞습니다. 창의력이라는 건 무심히 보지 않고 경탄하면서 보는 것이죠. 집중하는 습관을 들이라는 겁니다. 앙드레 지드는 시인의 재능이란 자두를 보고도 감동할 줄 아는 것이라고 했잖아요.
. 당시에는 몰랐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보니 "그리스인 조르바"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 레마르크의 "개선문"같은 작품들이 생각의 수면 밑에 잠재되어 제 삶에 영향을 주고 있었습니다.
> 특히, 책과 멘토들의 이야기들은 의식의 지층에서 강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나쁜 책은 읽지 않은 것만 못할 때도 많다. 한때 재테크에 올인하라는 책이 유행했다. 대부분의 젊은 친구들은 말 그대로 준비하지 않고 올인하게 된다. 책의 저자는 그런 의도가 없었겠지만, 독자들의 수준을 고려했다면 그런 단정적인 선동적 어구는 피했어야 했다. 특히나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받아들인 나쁜 충고는 자신을 파괴할 뿐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과 사회까지 파괴하는 힘이 있다.
. "왜요?"가 없으면 아무 짓도 못하는 건가요? .. 당신 역시 저울 한 벌 가지고 다니는 거 아닙니까? 매사를 정밀하게 달아보는 버릇 말이오.
. 조르바. 그는 모든 것에 놀라는 사람이에요. 꽃이 피면 꽃에 놀라고.
. 조르바의 삶. 지식을 통해 배운 게 아니라 몸으로 체화된 삶이야말로 창의적인 삶이죠.
. 원래 무화과가 열리는 나무니까요. 사람은 다 다르고, 각자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해요.
. 서양. 물질의 신대륙. 그들은 행동으로 표현했다. 누군가 "걷지 않으면서 떠오르는 말을 믿지 마라"고 했어요.
. 이방인의 뫼르소. 거짓말을 거부한다. 느낀 것 이상을 이야기하면 거짓말이라는 겁니다. 늘 하는 일. 삶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뫼르소는 그것을 거부하는 사람, 그래서 이방인입니다.
. 뫼르소나 조르바는 죽으면 끝이다예요. 이 순간을 온전히 다 살아야겠어요. 때문에 더 가치로운 일을 위해 참아야 한다 이런 것도 없어요.
. 샤르트르. 이방인 뫼르소. 현재를 파편적으로 살아요.
. 우리가 보통 쓰는 글들은 앞의 구절을 받아서 이어가는데 "이방인"의 문장들은 그런 게 없어요. 과거로부터 현재를 빌려오지 않고 미래를 담보하지 않아요. 실존적인 삶의 태도와 맞물리죠. 그런 내용을 전달하는 형식을 똑같이 차용한 것이 이 책의 대단한 점이라고 샤르트르가 극찬을 합니다.
. 키치. 영어로 shallow. 얕은 얄팍한 피상적인.
. 연민으로 시작된 숭고한 사랑 이야기. 토마스의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연민의 대상이었던 테레사의 위치로 자기 자신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 소설 속 네 명의 주인공들은 모두 하나의 세계로부터 다른 세계로 나옵니다. 누군가는 자발적 의지로 또 누군가는 우연히 전혀 다른 세계로 이동하게 됩니다.
. 하지만 차가 지나가자마자 회초리가 등장할 지도 몰라요. 그런데 사람들은 따뜻한 가정의 모습만 보는 거예요. 그런 것이 키치예요. 보이는 것. 보이는 것만 보는 편협한 시선. 사비나는 그세계를 너무 싫어해요. 하지만 어느 순간 키치의 세계를 그리워하게 되는데, 테레사와 토마스의 죽음을 전해 들었을 때였어요.
. 그런데 이렇게 한결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혁명, 피, 열정과 변화 같은 것들을 동경하게 됩니다.
. 안정적인 생활을 하던 제네바의 수학자가 혁명의 지역에서 목숨을 잃다. '앙가주망engagement'인 거예요. 실제와는 전혀 다른 해석이죠.
. 스탈린의 아들 이아코프가 화장실을 쓰는데 영국군 포로들이 불평을 했던 겁니다. 화장실을 너무 더럽게 쓴다고 말이죠. 그들은 이아코프에게 '네가 나온 다음에는 화장실 가기 싫다'라고 했어요. 아이코프는 화를 내고 싸우다가 전기가 흐르는 곳에 몸을 던져 자살을 했어요. 그러나 이걸 키치적으로 해석한다면 '스탈린의 아들, 포로 수용소에서 장렬히 죽음을 맞이하다'가 되겠죠.
. 아주 상징적인 이야기입니다. 불쌍한 한 여자아이를 보고 연민으로 시작된 사랑. 토마스는 끝까지 그 사랑으로 사랑을 해요. 그렇게 토마스는 의무에서 감정으로 변해가요. 의무를 다 벗고 테레사에 대한 동정과 연민, 사랑이라는 감정이 삶의 중심이 돼요.
. 그때 토마스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원장은 이해를 못해요. 토마스는 그래서 '그래야만 한다'라고 말하고 떠납니다. 거기서 자기만 생각하며 산다고 행복할지, 평생 테레사를 잊고 편안하게 살 수 있을지 아니면 그 무거움에서 벗어나지 못할지 모르는 것이니까요.
. 토마스의 아들의 '서명은 아버지의 의무'라는 한 마디에 펜을 내려놓습니다. 토마스에게 의무는 하나예요. 테레사를 지켜줄 의무.
. 토마스는 정부와 반정부 어느 쪽에도 서지 않아요.
. 이런 토마스의 추락한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테레사의 꿈입니다. 꿈에서 소환당해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가서 착륙해 내리자 어떤 남자들이 총을 쏴요. 그런데 그때 토마스가 쓰러지더니 작은 토끼로 변해요. 테레사는 토끼가 된 토마스를 안고 안 된다라고 하면서 잠에서 깨어나죠. 그 토끼가 토마스예요. 연민으로 사랑을 시작해 한없이 작아진 남자. 밀란 쿤데라는 이 사랑이야말로 진짜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연민, 즉 동정심은 타인의 불행을 함께 겪을 뿐 아니라 환희, 고통, 행복, 고민과 같은 다은 모든 감정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감정이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장 최상의 감정이라는 겁니다.
> 토마스는 동정에서 시작해서, 연민의 감정으로 변화한 의지의 인간이다.
. 사비나는 소식을 듣고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어요. 편지 속에서 행복한 두 사람을 발견하죠.
그들은 가끔 이웃 마을에 가서 호텔에 묵었다. 편지의 이 대목이 그녀에겐 충격이었다. 그것은 그들이 행복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 사비나는 키치의 세계를 거부하며 그런 사랑을 보지도 못하고 받지도 못했다는 생각이 들자 지키를 동경하면서 프란츠를 그리워해요.
. 어떤 두 사람의 대화는 단어 밑에 깔리는 의미론적인 것이 해석되지 않으면 소통이 불가능해요.
. 보이는 거짓과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은 이 책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키치'라는 단어와 맞물려 있어요.
. 그녀는 일생 동안 자신의 적은 키치라고 단언했었다. 그러나 그녀 자신조차도 자신의 존재 깊숙한 곳에 키치를 품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텔레비전의 멜로드라마 속에서 배운망덕한 딸이 버림받은 아버지를 품 안에 껴안는 모습이나 행복한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의 창문이 황혼속에서 반짝이는 것을 보면, 그녀는 두 눈이 축축해지는 것을 느꼈다.
. 그러나 분별지를 가짐으로써 똥이 창피해졌고, 낙원에서 추방된 게 아닐까 싶어요. 우리는 어쩌면 그냥 행복하게 살 수 있었는데, 분별지를 갖고 영혼과 육체를 분리해 불행이 시작된 것이죠. 선악과가 분별지예요. 이 분별지가 우리를 키치의 세계로 들어가게 한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동물들은 아직 낙원에서 쫓겨나지 않은거죠. 인간만 쫓겨난 거예요. 그래서 밀란 쿤데라는 행복은 원형 속에, 영원회귀되는 것 속에 있다고 말합니다.
. 영원회귀, 반복되는 단조로움과 권태가 있어야 다음을 기대하며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죠.
. 슬픔은 형식이었고, 행복은 내용이었다. 행복은 슬픔의 공간을 채웠다.
. 토마스는 계속해서 양보를 해왔고, 결국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는 처지가 됐어요. 그리고 토끼만큼 작아져 시골에서 아주 순박한 생활을 하고 있고 테레사는 그 남자에게 미안해해요. 그녀는 모든 걸 희생한 남자를 위해 함께 춤추러 가자고 합니다. 그리고 제일 예쁜 옷을 골라 입습니다. 이웃사람이 왜 그렇게 예쁜 옷을 꺼내 입었냐고 묻자 테레사는 토마스를 위해서라고 말해요.
. 둘은 행복해합니다. 모든 걸 포기했지만 그 순간 아주 행복해요.
. 슬픔이란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고, 행복이란 그들이 함께 있다는 걸 의미하죠. 그래서 시골에서 늙어가고 있는 슬픈 인생의 형식 속에 둘이 함께 춤추고 있다는 행복이 공간을 채운 거죠.
. 안나 카레니나였어요. 왜냐고 묻길래, 젊은 사람들이 읽으면 힘들 때 외롭지 않을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습니다.
. 톨스토이의 힘 같았습니다. 우리는 단호한 결정을 잘하지 못합니다.
. 바람기는 다른 말로 '다른 생에 대한 동경'이에요. 다른 곳에 더 나은 인생이 있을 것 같은 막연한 동경이죠. 결혼하고 이게 더 심해지는 이유는 결혼과 동시에 다른 선택의 문이 닫혀버리기 때문이에요. 다른 세계, 다른 가능성 다른 즐거움, 다른 쾌락에 대한 문을 닫는 게 결혼이라는 제도잖아요.
. 바로 그때 브론스키가 역무원의 가족에게 주라며 200루블을 선뜻 내줘요. 왜 줬을까요? 안나에게 잘 보이려고 준 거예요. 다른 거 없어요. 사람 심리는 생각보다 단순해요.
. 니콜라이의 인문은 '기계적 인문'이에요. .. 현실적인 인문학이 아니라 이론만 가지고 사회를 파악하려고 하는 인문을 말합니다.
. 그녀는 어느 틈에 얼른 브론스키를 쳐다보고 나서 레빈을 돌아봤다. 무의식중에 빛났던 그녀의 시선 하나로 레빈은 그녀가 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입으로 직접 듣기라고 한 것처럼 똑똑히 알 수 있었다.
. 아무것도 아닌 대화를 하면서 얼굴에 생기가 도네요. 사랑에 빠졌으니까. 짓눌려 있던 생기가 한 남자를 보는 순간 탁 튀어나오는 거예요. 우리들도 그래요.
. 안나가 자신에게 접근할 수 있는 사인을 그에게 무의식중에 준거죠. 우리들의 만남에는 상호관계가 있어요.
. 문학동네 판 '안나 카레니나'를 번역한 박형규 선생의 해설에.. 그의 소설 속에는 악인도 선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톨스토이 소설 속의 인물들은 아주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죠. 극적인게 아니라 매우 사실적이죠.
. 이른바 성공을 하고 그 성공이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음을 확신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차분하고 흔들림 없는 눈빛이었다. > 알렉세이.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들을 보면 차분하고 흔들림 없는 눈빛이 있어요. 자칫 잘못하면 스스로를 옥죄는 자물쇠가 될 수 있는 그런 눈빛이죠. 그는 설정의 세계에 살아요. 스스로 '나만 한 남편이 어디 있겠어! 완벽하잖아'.
. 알렉세이가 거기서 무너집니다. 평소의 아내는 그렇지 않거든요.
. 세료쥐아를 통해 자녀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하죠. 설정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아이는 부모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원하는 대로만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혼나니까요.
. 레빈은 키티에게 버림받았지만 올곧은 사람이기 때문에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아요. 우리들이 인생을 살다보면 레빈처럼 원한 것을 얻지 못하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가 생기잖아요? 그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자신의 몫인데, 레빈은 그 시간들을 조용히 견디는 쪽을 선택합니다.
. 다른 곳에 답이 있는 걸 알지만 이제 여기에도 답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내가 사는 이 삶을 잘 살면 답이 나온다는 걸 이제 알아요. 다른 어떤 생에 대한 동경도 없어요. 큰 부자, 사회적 명예와 성공보다 집 앞 공원을 지나면서 풀을 보고 초록을 느끼는 내 삶, 내 인생이 좋아요. 레빈이 시골에서 생활하면서 그곳의 모든 것이 훨씬 더 간단하고 뛰어나다고 느낀 것처럼 저도 이제야 실존적 자각을 하게 된 거죠.
. 만약 레빈이 키티와 바로 결혼을 했다면, 도시에 살면서 이런 경험을 하지 못했을 거예요. 농민과 같은 생활을 하면서 얻게 된 모든 것들, 마치 코페르니쿠스적인 사고의 전환들은 일어나지 않았겠죠. 어쩌면 레빈에게 있어 사랑의 실패가 삶의 큰 깨달음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됐을 수도 있어요.
. 레빈은 실제로 농민으로 살면서 이론으로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에 대해서도 알게 됩니다. 계몽이라는 것의 무의미함, 농민들 나름의 규칙과 질서에 대해서 말이죠.
모든 것을 더 낫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개조하려는 끊임없는 치열한 노력이 있었던 반면에 다른 한편에는 사물의 자연적이 질서가 있다.
. 실천보다 말이 앞서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 그런데 안나와 사랑이 이루어진 지금 최상의 행복이 와 있는데 다시 불행해지기 시작했어요. 줄리언 반스가 플로벨의 앵무새에서 이야기했듯 성취가 아닌 성취를 향한 갈망이 진짜 행복인 것이죠.
. 딸아이는 레빈을 답답해했어요. 브론스키야말로 아빠가 말하던 카르페디엠을 실천하는 실존적인 인물이 아니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말해줬습니다. 그것은 실존을 너무 표피적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고 말이죠. 또한 실존은 단순히 오늘을 즐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집중하고 사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하지 않을까 했어요. 감정은 늘 기복이 있고, 인생은 무상하고, 똑같지가 않고 늘 변합니다. 그렇다면 마음속에 올바른 재판관을 가지고 판단을 해야지, 그 순간에만 충실하겠다고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니까요.
. 옛 사람들의 작품은 그들의 삶의 속도를 떠올리면서 느껴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저는 언젠가 다산초당을 방문했을 때의 기억을 되살리면 이 문장을 음미했습니다.
. 손철주의 한 권을 읽는다면 '인생이 그림 같다'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 병산서원 만대로. '산수를 표구해서 허공에 걸어두었다'
. 병산서원. 그렇게 자연 한가운데에 있는 서원에 도착하면 우리나라 서원의 누각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만대루를 만나게 됩니다. 창호와 벽 없이 완전하게 개방된 형태로, 올라 앉으면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바라볼 수 있는 만대루, 손철주는 병상서원 만대루에서 그 틀 안에 온갖 자연이 펼쳐지는 장관을 기막힌 문장으로 표현한 겁니다.
. 말짱한 영혼은 가짜다.
. 멋지게 보이고 잘 그리려고 노력해서 그린 그림은 티가 난다는 거죠. 그런 그림은 썩 높이 평가하지 않는데, 열심히 그리려고 노력한 자취는 보는 이의 긴장을 유발한답니다. 또 심각한 것도 문제라고 했습니다. 심각한 것은 긴장을 하니까 참마음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림을 노래하듯 편안하게 그리는 게 문인화의 정신이라고 합니다.
. 예술의 격조란 정확히 감상자의 수준과 자세만큼 올라간다.
. 삶의 배후에 죽음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삶이 빛날 수 있다.
. 근원적으로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변화하는 세계가 있을 뿐이다'가 바로 이 얘기인 것이죠. 그렇게 보면 소유라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존재하느냐에 삶의 의미가 있을 겁니다.
. 이게 우리 정원이 아니니까 이렇게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것이라면 가꾸고 손질하고 다른 사람이 들어올까 조심하느라 충분히 누리지 못했을 거예요.
> 소유를 경계하라. 소유가 자유를 속박할 수도 있다.
. 프리초프 카프라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 거시적으로 보면 내가 사는 칠십년은 진짜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그걸 잘라내서 나락, 나라는 세계라고 불러요. 얼마나 인위적인 태도인가요. 그러니까..
만물은 서로 의존하는 데에서 그 존재와 본성을 얻는 것이지 그 자체로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 한형조 선생이 쓴 '붓다의 치명적 농담'이라는 책. 금강경 별기.
. 카르페 디엠. 도가 어디 있는지 생각하지 말고 차를 마실 때 차를 마시면 되는 거다. 네가 하는 일을 제대로 하면 된다는 얘기를 하고 있어요.
제가 늘 말하지만 깨달음이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낡은'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불교에서 깨달음이란 무엇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숨겨져 있던 어떤 것을 '발견'하는 경험이라는 겁니다.
. 그렇게 얻은 돈오를 잊지 않고 계속 살아가는 것이 점수 차츰차츰 정진하는 거라는 겁니다. 깨달음이 깨달음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살면서 계속해서 그 깨달음을 기억하고 되돌아보고 실천해야 겠죠.
. '내 뜻대로 모든 것을 이루리라'라는 기필을 거두십시오. 세상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 오만과 아만을 버려야 합니다.
. 단 한 권을 읽어도 머릿속의 감수성이 다 깨졌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겁니다. 어쩌면 이 강의는 이것을 위해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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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는 도끼가 돼야 한다"
『책은 도끼다』는 창의력의 전장인 광고계에서 인문학적 깊이가 느껴지면서도 감성적인 광고를 만들어온 저자의 아이디어의 원천을 소개하는 책으로, 저자는 그것이 바로 '책'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의 사고와 태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책읽기를 하라는 것.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 봄으로써 '보는 눈'을 가지게 되고 사고의 확장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이러한 책읽기를 통해 삶이 풍요로워졌음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에게 울림을 주었던 책들을 소개한다. 김훈을 왜 좋아하는지, 알랭 드 보통에 왜 빠지는지, 고은의 시가 왜 황홀한지, 실존주의 숭향이 짙은 지중해풍의 김화영, 알베르 카뮈, 장 그르니에, 니코스카잔차키스에 왜 전율하는지. 그리고 아무도 이길 수 있는 '시간'이라는 시련을 견뎌낸 고전들의 훌륭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독자에게 자신에게 울림을 줬던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 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창의성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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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박웅현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뉴욕 대학에서 텔레커뮤니케이션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제일기획에서 광고 일을 시작해 지금은 TBWA KOREA의 ECD로 일하고 있으며 칸국제광고제, 아시아퍼시픽광고제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새로운 생각, 좋은 생각을 찾아 그것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를 좋아해 글도 열심히 쓰고 있다. 그의 머리에서 나온 대표적인 카피 또는 캠페인으로 〈사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지킬 것을 지켜가는 남자〉〈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경의선은 경제입니다〉〈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사람을 향합니다〉〈정말이지 놀라운 이야기〉〈생각이 에너지다〉〈엑스캔버스하다〉〈진심이 짓는다〉, KTF〈잘 자, 내 꿈 꿔!〉캠페인, 던킨도너츠〈커피 앤 도넛〉, SK 텔레콤〈생활의 중심〉캠페인, 네이버〈세상의 모든 지식〉캠페인 들이 있다. 쓴 책으로는『다섯 친구 이야기』『나는 뉴욕을 질투한다』 『책은 도끼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공저) 『시선』(공저),『디자인 강국의 꿈』(공저), 『아트와 카피의 행복한 결혼』(공저)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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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시작하며
1강 시작은 울림이다
- 이철수 판화집 『산벚나무 꽃피었는데…』 『이렇게 좋은 날』 『마른 풀의 노래』
최인훈 『광장』 이오덕 『나도 쓸모 있을 걸』
2강 김훈의 힘, 들여다보기
- 김훈 『자전거 여행』 1,. 2 『바다의 기별』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3강 알랭 드 보통의 사랑, 그리고 오스카 와일드
-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
『푸르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4강 고은의 낭만에 취하다
- 고은 『순간의 꽃』, 미셸 투르니에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5강 햇살의 철학, 지중해의 문학
- 김화영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알베르 카뮈 『이방인』, 장 그르니에 『섬』
6강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7강 불안과 외로움에서 당신을 지켜주리니, 안나 카레니나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8강 삶의 속도를 늦추고 바라보다
- 오주석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손철주 『인생이 그림 같다』
법정 『살아 있는 것들은 다 행복하라』 『산에는 꽃이 피네』
한형조 『붓다의 치명적 농담』
프리초프 카프라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강의 후기